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온 국민이 한껏 들뜨던 2002년은
죽음의 끝자락에서 삶을 놓지 않으려 움켜쥐고 발버둥 치던 시기였어요.
그 끝에서 돌아와 처음 마주한 책이 바로 금강경이었습니다.
이 책이 선물처럼 내 손에 놓였고, 그때부터 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금강경은 세상의 모든 생명에 대해 성찰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 준 책입니다.
오늘 책 소개를 하면서 금강경을 제일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어 올려봅니다.
금강경은 총 3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149자로 이루어져 있어요. 금강경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공' 사상이예요.
이 책은 오쇼라즈니쉬의 금강경 강의를 손민규 선생님이 번역하신 책입니다. 손민규 선생님은 오쇼의 제자로 인도 아쉬람에서 여러 해를 머물다 오신 분으로 산야스를 받은 산야신이세요. 그러니 어느 금강경 못지 않게 잘 해석해 놓은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항상 이것을 잊지 말라. 그대는 저 멀리 나아가야 한다. 구름 너머 저 멀리..."
금강경은 수부티가 붓다에게 질문을 던지고, 붓다가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1장은
'저 너머 열반의 세계로' 서두에서는
명심하라, 그대는 오직 의식하는 만큼만 존재한다. 더 많이 존재하기를 원한다면 더 의식적이 되라. 의식은 존재를 가져다주며, 그대를 깨어 있게 한다.
제2장
'진리의 수레바퀴'
붓다가 돌렸던 진리의 수레바퀴는 이제 멈추었다. 그 수레바퀴를 다시 돌려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이다. 일단 한 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바퀴는 2천5백 년 동안 쉼 없이 돌아갈 것이다.
제3장
'깨달음, 그 공(空)의 세계'
진리는 시간과 아무 상관도 없다. 진리는 영원하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진리를 얻을 수 있다. 진리는 언제나 그대 앞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대가 진리 앞에 열려야 한다. 필요한 것은 그것이 전부이다.
제4장
'다툼이 없는 경지를 즐기는 자'
그대는 오젝 존재하지 않을 때에만 존재한다. 모든 것이 부재할 때 거기에 커다란 현존이 있다. 에고가 완벽하게 사라졌을 때 그대는 우주 전체가 된다. 그대는 존재계 전체이다. 이슬방울로서의 그대가 사라진다. 그대는 바다가 된다.
제5장
'깨달음의 낙원'
깨달음은 위험이 가득 펼쳐져 있는 하늘과 같다. 깨달음은 한량없이 드넓다. 그것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미지의 바다이다. 깨달음의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서 출발하여 다른 미지의 세계로 간다.
제5장
'무상정등각을 이룬 자'
붓다는 언제나 똑같다. 꿈이 변할 뿐 진리는 항상 그대로이다. 붓다의 말에는 귀 기울여라.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는 말라. 그대는 저 멀리 나아가야 한다. 항상 그것을 명심하라. 그대는 모든 구름을 넘어서야 한다.
내용이 참으로 심오하여 전해드리기 매우 어려운 책입니다.
'금강경'에서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은...
우리에게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무아와 무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무아'는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몸은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된 것들로 (세포, 근육, 뼈) 이루어져 서로 상호 작용하며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변하며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어 영속적이고 독립적인 자아는 없다는 가르침이에요.
'무상'은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변한다고 알려주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의 감정, 생각, 그리고 몸조차도 매 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불필요한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건 곧 타인과 나의 경계를 허물고 더 큰 연민과 자비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가끔 힘든 일이 생길 때, "이 감정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에게 알려주곤 합니다. 이것을 인지하는 순간 정말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괴로운 일이 있다면,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는 순간입니다.
무상의 진리를 이해하면 현재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안다면, 우리는 더 깊이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지요.
지금 순간에 행복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상을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 산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느끼는 고요함. 사랑하는 사람이 짓는 미소. 이런 순간의 소중함을 우리는 머리에 가득 찬 다른 생각으로 놓치곤 합니다.
금강경의 '무아와 무상'은 내가 나라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하고,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으니, 순간순간의 소중함이 더해지기만 합니다.
금강경에는 진정한 베풂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분별심 없이 행하라는 '보시의 실천에 대해 전해주고 있어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조차 일지 않고 돕는 보시의 실천을 말하는 것이죠. 어렵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행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금강경은 누군가에게 '준만큼 돌아오겠지'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베풀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보시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예수께서 얘기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의미와 통한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작은 친절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니, 길을 묻는 이에게 따뜻한 미소로 말을 건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훌륭한 보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주는 친절한 보시가 누군가에게는 따뜻함으로 전해질 수 있으니 이 또한 훌륭한 보시일 것입니다.
베풂은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것,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하는 것, 이런 작은 행동도 누군가의 하루를 밝힐 수 있어요.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결국 그것이 나 자신을 돕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저절로 앎이 생길테지요.
'보시'는 누군가를 위한 행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기쁨과 서로에 대한 연결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여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받아주는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어요. 진정한 보시는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라는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해야만 하는 것이니, 그렇기에 상대방은 그것을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 받아들였다는 건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무아와 무상의 가르침을 이해한다면...
금강경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는 '불이법의 지혜'를 전해줍니다.
세상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으니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더 큰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흑백논리, 옳고 그름의 논리는 대부분 대립을 불러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유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마음도 넉넉해질 것입니다.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 다양한 색깔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도 필요할 테지요.
옳고 그름이나 흑백논리는 이익과 손해의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행복이 나에게는 불행이 될 수도 있는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런 기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면 조금 더 삶이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금강경은 우리가 고정된 틀에서도 벗어나도록 도와줍니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 다르지 않기에 불행 속에서도 행복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으니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불이법의 지혜'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금강경은 모든 현상이 본질적으로 비어 있는 '공'(空)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소중한 가르침이나 이 공은 심오하기 그지없습니다. 텅 비어 있는 그 자리
'만일 금강경 안에서 무엇인가를 읽었다면 그대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금강경 안에서 어떤 철학이나 학설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그대의 상상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그대의 꿈이다. 붓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금강경 전체가 침묵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모순이 들어 있는 것이다. 모순을 통해서만 침묵이 창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단어는 발설되자마자 반대되는 다른 단어에 의해 즉각 반박된다. 그들은 서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침묵이 느껴진다.'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실체가 없으며 우리가 소유하는 것들은 모두 일시적이라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누구나 돈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들은 영원히 곁에 머무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알렉산더도 자신의 유언에서 관 밖으로 손을 내놓게 하여 자신처럼 많은 땅을 정복한 사람도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만백성에게 보여주라고 했었죠.
소유물이나 관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자유로워진 느낌이 듭니다. 아이러니하게 더 많은 것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며 이것이 아마도 '공'에서 말한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이 '공'은 우리를 더 큰 자유로 이끕니다. '비어 있음'을 이해하면, 더 이상 소유나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달리지 않아도 되기에 이 덧없는 삶에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더 분명해집니다.
'공'의 깨달음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집착이나 소유욕을 내려놓게 되고, 그렇게 되면 관계가 더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알아채는 것. 모든 것은 '공'속에서 하나라는 지혜를 금강경의 '공 (空) '이 알려 줍니다.
공에 대해 말할 때 수부티에 대해 잠깐 얘기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수부티는 브라만 계급으로,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났고 지혜와 명철함으로 유명했는데, 삶의 무상함을 깨닫고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출가의 길을 선택하였고, 붓다의 설법을 듣고는 바로 붓다의 제자가 된 분이에요.
붓다와 처음 만났을 때 수부티는 붓다에게
"세상의 모든 갈등과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라고 물었어요.
"갈등과 고통은 집착과 분별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스스로 만든 환영일 뿐이다."
이 간단하지만 깊은 통찰의 말에 수부티의 마음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해요.
전승에 따르면, 수부티가 붓다의 제자가 된 후 마을에서 설법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데요. 수부티가 앉아 있는 자리는 비가 내리지 않고 마른 상태로 유지되었다고 해요.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그가 공덕을 쌓아 깨달음을 얻은 성자임을 확신했다고 해요.
붓다의 제자 중 수부티가 특별히 '공', 과 '무아'에 대한 가르침에 집중했고, 깊은 명상 수행으로 탁월한 경지에 도달하였기에 잠시 수부티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이 책 또한 붓다와 수부티의 대화가 담긴 내용이기도 하고요~.
손민규 선생님이 번역하신 금강경 마지막 부분 '무상정등각을 이룬 자'의 내용을 적어봅니다.
설한법이 없다.
스승께서 물으셨다.
"수부티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께서 '나는 진리를 가르쳤다'라고 하는
생각이 일어나겠느냐?
수부티여, '여래는 진리를 가르쳤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있지도 않은 것에 집착하여
나를 잘못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위없는 깨달음
왜 그런가?
거기에는 티끌만 한 법도 없으며
인식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가장 높고 옳으며 완벽한 깨달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 중생도 구제하지 않았다.
수비티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에게 '나는 존재하는 것들을 구원했다.'는
생각이 일어나겠느냐?
수부티여, 실로 그렇게 보아서는 안된다.
여래에 의해 구원된 존재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실로 엄청난 가르침의 내용입니다. '공'으로 존재하는 '무상정등각을 이룬 자'이기에 전할 수 있는 가르침
여래에 의해 구원된 존재는 모두이지만 결국 하나도 없다는.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전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그는 무상정등각을 이루지 못한 것이 되는 거죠. 완벽해요!
손민규선생님이 번역하신 금강경에 좋은 내용으로 오늘 포스팅을 마칩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 보라.
그대를 자극하는 만트라도 외우지 말라.
신의 이름도 중얼거리지 말라.
특별한 요가 자세를 취하지도 말라.
생각을 집중하지도 말고 명상하지도 말라.
그냥 방 안에, 또는 나무 곁이나 강가에 고요히 앉아 있으라.
풀밭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라.
에너지를 다른 데로 보내지 말라.
고요한 연못이 돼라.
그러면 순간적으로 어떤 경험이 그대를 향해 밀려오기 시작할 것이다.
잠깐 동안 그대는 거기에 있으면서 없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대는 거기 존재한다. 분명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는 존재하지 않음과 동시에 난생처음으로 존재한다.
그대는 오직 존재하지 않을 때에만 존재한다.
모든 것이 부재할 때 거기에 커다란 현존이 있다.
에고가 완벽히 사라졌을 때
그대는 우주 전체가 된다.
그대는 존재계 전체이다.
이슬방울로서의 그대가 사라진다.
그대는 바다가 된다.
깨달음은 죽음인 동시에 부활이다.
죽음과 부활은 동시에 일어난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며, 글을 읽어 주신 분들의 마음에 사랑과 평화가 깃드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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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칩니다.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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