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온 국민이 한껏 들뜨던 2002년은
죽음의 끝자락에서 삶을 놓지 않으려 움켜쥐고 발버둥 치던 시기였어요.
그 끝에서 돌아와 처음 마주한 책이 바로 금강경이었습니다.
이 책이 선물처럼 내 손에 놓여졌고, 그때부터 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금강경은 세상의 모든 생명에 대해 성찰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 준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 준 책입니다.
오늘 책 소개를 하면서 금강경을 제일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어 올려봅니다.
"항상 이것을 잊지 말라. 그대는 저 멀리 나아가야 한다. 구름 너머 저 멀리..."
금강경에는 진정한 베풂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분별심 없이 행하라는 '보시의 실천에 대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조차 일지 않고 돕고 있는 보시의 실천을 말하는것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행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있습니다. 금강경은 누군가에게 '준만큼 돌아오겠지'라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합니다.
뿐만아니라, 작은 친절도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며, 길을 묻는 이에게 미소로 대답해 주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훌륭한 보시가 될 수 있으며, 당신이 주는 작은 보시가 누군가에게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줍니다.
베풂은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것,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하는 것, 이런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힐 수 있으니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우리 자신도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끼게 될것임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금강경에서 '보시'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누군가를 위한 행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기쁨과 연결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여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것이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금강경 은 우리에게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무아와 무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금강경의 '무아'는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몸은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된 것들로 세포, 근육, 뼈 등으로 이루어져 서로 상호 작용하며 유지한다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무상'은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지고 모든 것은 변한다고 알려주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의 감정, 생각, 그리고 몸조차도 매 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불필요한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끔 힘든 일이 생길 때, "이 감정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에게 알려주곤 합니다. 그 말을 되뇌다 보면, 마음이 좀 가벼워지기도 해요.
괴로운 일이 있다면,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는 순간입니다.
무상의 진리를 이해하면 현재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안다면, 우리는 더 깊이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것을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지요.
작은 순간에 담긴 행복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상을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따뜻한 식사 한 끼. 산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느끼는 고요함. 사랑하는 사람이 짓는 미소. 이런 순간의 소중함을 우리는 머리에 가득 찬 다른 생각으로 놓치곤 합니다.
금강경의 '무아와 무상'은 내가 나라고 인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하고, 세상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으니, 순간순간의 소중함이 더해지기만 합니다.
금강경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는 '불이법의 지혜'를 전해줍니다.
세상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으니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더 큰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흑백논리, 옳고 그름의 논리는 대부분 대립을 불러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유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마음도 넉넉해질 것입니다.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 다양한 색깔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도 필요할 테지요.
옳고 그름이나 흑백논리는 이익과 손해의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행복이 나에게는 불행이 될 수도 있는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런 기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면 조금 더 삶이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금강경은 우리가 고정된 틀에서도 벗어나도록 도와줍니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 다르지 않기에 불행 속에서도 행복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으니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불이법의 지혜'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금강경은 모든 현상이 본질적으로 비어 있는 '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실체가 없으며 우리가 소유하는 것들은 모두 일시적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돈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들은 영원히 곁에 머무르지 않다는것을 알고 있지요. 알렉산더도 자신의 유언에서 관 밖으로 손을 내놓게 하여 자신처럼 많은 땅을 정복한 사람도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만백성에게 보여주라고 했었죠.
소유물이나 관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자유로워진 느낌이 듭니다. 아이러니하게 더 많은 것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며 이것이 아마도 '공'에서 말한 지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이 '공'은 우리를 더 큰 자유로 이끕니다. '비어 있음'을 이해하면, 더 이상 소유나 성취를 위해 끊임없이 달리지 않아도 되기에 이 덧없는 삶에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더 분명해집니다.
'공'의 깨달음은 우리의 인간관계에서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집착이나 소유욕을 내려놓게 되고, 그렇게 되면 관계가 더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지혜를 금강경의 '공'이 알려 줍니다.
끝으로, 불교 경전에 빠질 수 없는 '일체유심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삶의 방향과 경험을 결정짓는다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가르침인데요,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마음의 작용 때문에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선택은 자유롭게 할 수 있겠으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깊이 탐색하고 이해하며 또 결정해야하는 소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함께 나누며 살아갈 때, 우리 모두는 분명히 더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음을 비우고 변화를 받아들이며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가벼워질 것이라는 것을 금강경을 통해 전해드려요.
손민규선생님이 번역하신 금강경에 좋은 내용으로 글을 마칩니다.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 보라.
그대를 자극하는 만트라도 외우지 말라.
신의 이름도 중얼거리지 말라.
특별한 요가 자세를 취하지도 말라.
생각을 집중하지도 말고 명상하지도 말라.
그냥 방 안에, 또는 나무 곁이나 강가에 고요히 앉아 있으라.
풀밭에 누워 밤 하늘의 별을 쳐다보라.
에너지를 다른 데로 보내지 말라.
고요한 연못이 되라.
그러면 순간적으로 어떤 경험이 그대를 향해 밀려오기 시작할 것이다.
잠깐 동안 그대는 거기에 있으면서 없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대는 거기 존재한다. 분명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는 존재하지 않음과 동시에 난생 처음으로 존재한다.
그대는 오직 존재하지 않을 때에만 존재한다.
모든 것이 부재할 때 거기에 커다란 현존이 있다.
에고가 완벽히 사라졌을 때
그대는 우주 전체가 된다.
그대는 존재계 전체이다.
이슬 방울로서의 그대가 사라진다.
그대는 바다가 된다.
깨달음은 죽음인 동시에 부활이다.
죽음과 부활은 동시에 일어난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며, 글을 읽어 주신 분들의 마음에 사랑과 평화가 깃드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칩니다. 또 뵈어요~